도대체 몇 번째 격돌일까? 하지만 언제 봐도 흥미롭고 기대되는 일이다. AMD와 엔비디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세대 그래픽카드 경쟁을 두고 하는 얘기다.
매번 신제품 출시 시기와 성능 등을 놓고 설왕설래하지만, 어디까지나 축제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들의 경쟁이 있으므로 지금의 PC게이밍이 존재할 수 있었고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그만큼 더 빨라진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2013년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신제품 경쟁은 마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엔비디아가 불을 당겼고, AMD는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AMD는 엔비디아 지포스 700 시리즈에 대항할 차세대 라데온(RADEON) 그래픽카드 라인업을 발표했다. 기존 라데온 브랜드는 그대로이지만, 알파벳 'R'을 붙이는 새로운 모델명을 적용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마치 인텔이 프로세서에 적용하고 있는 3, 5, 7과 비슷한 방식을 보는 듯 하다.
AMD는 R9, R7 그래픽카드 라인업을 우선 발표했다. R9이 하이엔드, R7은 퍼포먼스-보급형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추후 R5나 R3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제품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 소개할 차세대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R9 280X, R9 270X, R7 260X로, 시장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제품들이다.
■ 차세대 라데온의 핵심은 GCN(Graphics Core Next)
한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성능과 효율이 향상되는 그래픽카드. 물론,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새로운 아키텍처와 공정을 도입하면서 이를 구현해내고 있다. AMD R 시리즈 그래픽 프로세서의 핵심은 이미 HD 7000 시리즈에 도입된 바 있는 그래픽스 코어 넥스트(GCN)다.
GCN은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의 전통인 VLIW(Very Long Instruction Word) 구조를 버리고 새롭게 도입된 아키텍처다. 범용 컴퓨팅 활용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GPU 연산 유닛의 명령 실행과 제어가 중앙 집중형에서 코어 분산형으로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기존 디스펫처 엔진 2개로 SIMD 어레이 명령의 실행과 제어를 진행하던 VLIW 방식이 GNC에 와서 32개의 컴퓨트 유닛(Compute Unit)이 나눠 처리하게 되면서 더 세밀하고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졌다.
컴퓨트 유닛은 SIMD형 벡터 연산 유닛 4개와 1개의 스칼라 연산 유닛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텍스처 처리 전용 유닛 필터도 있는데, VLIW가 하던 작업을 컴퓨트 유닛으로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 병렬 처리 구조를 채택하면서 정수와 부동 소수점 연산 모두 병렬 실행 가능해졌으며, 각각 독립된 벡터 레지스터도 보유하고 있다. 차기 그래픽 프로세서의 구조는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으나, 당분간은 GCN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R9 280X의 가격대 성능비는 과연...
299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30만 원대 초반으로 R 시리즈 중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좋지 않을까 예상되는 그래픽카드다. 2,048개의 스트림 프로세서와 384비트 3GB 메모리 등 사양은 라데온 HD 7970GHz와 다를 게 없다.
여기서 소개할 제품은 레퍼런스가 아닌 MSI의 R9 280X 트윈프로저 게이밍 그래픽카드. 1GHz의 작동 속도와 6Gbps의 메모리 전송 속도를 갖는다. 부스트 작동 속도로는 최대 1.05GHz. 큼직한 트윈프로저 쿨링 솔루션과 Hi-C 캐패시터, 슈퍼 페라이트 초크(SFC) 등 탄탄한 부품 구성이 눈에 띈다.
▲ 탄탄함이 특징인 MSI 라데온 R9 280X 트윈프로저 게이밍 그래픽카드
▲ 휨 방지 가이드는 발열 억제 능력도 더하고 있으며, 속에는 고급 부품이 자리잡고 있다
▲ 2,048개 스트림 프로세서를 탑재한 R9 280X 그래픽 프로세서
■ AMD 퍼포먼스 그래픽카드 R9 270X
1,280개의 스트림 프로세서와 2GB GDDR5 256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 등 라데온 HD 7870과 흡사한 사양을 갖고 있다. 제품에 따라 최대 1.05GHz의 작동 속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미화 199달러에 책정되어 R9 280X와 함께 퍼포먼스급 라인업 장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모델이다.
■ 중급 그래픽카드로 폭넓은 소비자를 만족시킬까? R7 260X
896개 스트림 프로세서의 사양으로 라데온 HD 7770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래픽 프로세서 작동 속도가 최대 1.1GHz이며 6.5Gbps(1,625MHz)의 메모리 속도는 이전에 비해 상승해 성능은 다소 향상됐을 것으로 기대된다.
■ 새로운 라데온의 성능은?
이름을 바꾼 새로운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알아 볼 차례다. 테스트는 라데온 R9 280X, R9 270X, R7 260X 세 그래픽카드로 진행했으며, 타 제품과 비교하지 않고 성능을 체크하는 수준에서 진행되었다. R9 280X만 MSI 브랜드의 제품이 쓰였고 나머지는 레퍼런스 기반이다.
이 테스트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와 게임 벤치마크를 통해 각 그래픽카드가 어느 정도 수준의 성능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인지하자.
시스템은 4세대 인텔 코어 i7 4770K 프로세서와 에이수스 Z87 세이버투스 메인보드, 8GB DDR3 메모리, 플렉스터 128GB SSD 등으로 구성되었다. 운영체제는 윈도우7 얼티미트K 64비트 버전이 설치됐다.
각 그래픽카드를 테스트하기 전에 사양을 간단히 살펴보자. 스트림 프로세서의 수에서 확인 가능하지만, 우선 세 그래픽카드는 기존 라데온 HD 7000 시리즈를 새로 재편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동일하다. 여기에 그래픽 프로세서의 속도나 메모리 구성이 변경됐다. 속도가 이전 세대 그래픽카드와 비교해 빨라졌으므로 약간의 성능 향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3D마크 11
<퍼포먼스>
3D마크 11 퍼포먼스 테스트를 먼저 시작해 세 그래픽카드의 몸을 풀어줬다. 스코어 상으로 R9 280X가 1만 점을 가볍게 돌파했으며, R9 270X, R7 260X가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대략적인 성능을 미뤄봤을 때, R9 280X는 라데온 HD 7970과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R9 270X는 7870보다 다소 나은 모습이다. R7 260X는 HD 7770 베이스로 알려져 있으나, 성능은 HD 7790 수준이 아닌가 예상된다.
<익스트림>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익스트림 셋업에서는 그 차이가 조금 더 드러난다. 대체로 점수가 퍼포먼스의 절반 이하로 내려가지만, 그만큼 해상도가 높아지고 효과도 많이 투입된다. 여기서 좋은 점수가 나오면,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도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R9 280X는 약 3,100여 점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어 라데온 HD 7970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R9 270X는 2,400여 점 정도로 HD 7870과 HD 7950 사이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R7 260X는 1,600여 점 가량으로 HD 7790 수준의 성능이라 보면 될 듯하다.
▲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결과를 살펴보자. R9 280X는 7,000여 점 수준의 수치를 보여줬다. 라데온 HD 7970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R9 270X는 5,600여 점을, R7 260X는 3,500여 점을 기록했다. 두 제품은 동급으로 볼 수 있는 HD 7870과 HD 7770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 메트로:라스트 라이트
1,920 x 1,080 해상도에서 메트로:라스트 라이트의 벤치마크 툴을 실행한 결과, R9 280X는 평균 46.5 프레임으로 가장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60 프레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난히 즐길 수 있는 30 프레임은 크게 상회한다. R9 270X 까지는 무난하게 즐길 수준은 되지만 R7 260X는 해상도를 더 낮추거나 옵션 타협이 이뤄져야 제대로 즐기는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툼레이더
메트로와 마찬가지로 1,920 x 1,080 해상도 설정에서 AMD의 머리카락 구현 기술인 TressFX를 켜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R9 280X는 60 프레임에 근접한 성능으로 게임을 즐기는 데 큰 문제는 없을 듯 하다. R9 270X 역시 43 프레임 수준으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R7 260X는 27 프레임 수준으로 역시 해상도를 낮추거나 일부 그래픽 효과를 비활성화 해야 프레임을 높일 수 있겠다.
■ 상위 라인업 아니고서야 결국 '재탕 싸움'. 가격이 관건!
AMD 라데욘(RADEON)은 커다란 구조의 변화 없이 효과적으로 전력소비와 성능을 개선한 모델로 볼 수 있다. 성능은 향상됐지만, 가격은 다소 저렴해져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작과 동일한 구조와 엇비슷한 성능은 HD 7000시리즈의 리네이밍 제품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R9 280X는 HD 7970, R9 270X는 HD 7870, R7 260X는 HD 7770과 매우 흡사한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다만, 리마킹과 리비전은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리마킹은 아무런 변경 없이 칩의 이름을 바꾼 것을 말한다. 이건 분명 소비자 기만이다. 한편, 리비전은 틀은 같지만 회로 설계를 일부 변경해 속도를 높이거나 전력을 개선하는 등의 작업이 이뤄졌을 때를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라데온은 분명 리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지포스 계열도 GTX 780 이상 라인업을 제외하면 모두 기존 케플러 라인업을 재정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라데온 R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로 R9 290급 이상 라인업이 아니고서야 진정한 차세대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체험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결국 가격대 성능을 놓고 싸울 수 밖에 없다. 신제품이든 리비전이든 말이다. 이 점에서 AMD는 유리할까? 현재까지 AMD의 새로운 R 시리즈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엔비디아 역시 이에 대응해 올 것이 분명한 이상, 시장에서의 승패는 아직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리뷰=강형석 테크니컬라이터
기획/진행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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