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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판매량은 계속해서 저조한 가운데,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의 새 게임 콘솔이 등장했어도 변함없이 증가 추세에 있는 PC 게임이 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듣고 보고 했을 만한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다. 마인크래프트는 스웨덴 사람인 마쿠스 노치 페르손(Markus "Notch" Persson)이 개발하고 그의 회사인 모장(Mojang)에서 판매하고 있는 게임이다.

  

PC용 게임이 정식 발매되기 시작한 2011년 11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1100만 개가 팔렸다. PC와 맥용으로 나온 게임의 판매량으로만 계산했을 때의 숫자이다. 모바일과 엑스박스, 그리고 라즈베리 파이용까지 추가하면 그래픽이 허접해 보이는 게임치고는 믿을 수 없는 판매실적을 보게 된다.

 

마인크래프트는 스웨덴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에서 결실을 맺고 있는 게임이라 볼 수 있다. 미국 내에서만 2/4분기에 PC용으로 백만 개가 팔려나갔다. 그리고 지난 6월 엑스박스X360 에디션 마인크래프트가 미국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게임의 반열에 올라섰다.

 

작년 2012년 5월에 먼저 엑스박스X 라이브로 소개된 마인크래프트는 엑스박스LIVE의 2012년 총 매출 전체를 전년대비 두 배로 끌어올리는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곧 엑스박스X ONE용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마인크래프트의 첫인상은 사실 그 단순한 그래픽 때문에 90년에 등장했던 둠이나 울펜슈타인 같은 초창기 3D 게임을 보는 것 같은 느낌과 온라인상에 레고블록을 쌓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마인크래프트의 초창기 버전은 이러한 단순한 그래픽 특성 때문에 펜티엄4에 256MB 메모리 정도의 저용량의 PC에서도 구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이 버전업을 계속하면서 요구되는 사양도 올라가 최신 버전은 고사양의 PC를 요구한다. 느려지는 현상 없이 게임을 하려면 최소한 네할렘 이후의 CPU에 4GB 메모리, 그리고 1GB이상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필요하다.

 

이 게임을 즐기는 미국의 연령층은 상당히 다양하다.

 

유치원생으로부터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사용자층이 마인크래프트를 즐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게임을 아이들 교육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실 예로, 뉴욕의 맨하탄에 위치한 꽤 역사 깊은 사립초등학교인 콜럼비아 스쿨(Columbia Grammar & Preparatory School)에서는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마인크래프트를 도입했다.

 

교사인 조엘 레빈(Joel Levin)은 컴퓨터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빨리 가르치기 위해 무엇을 가르칠까 고민하다가 자신의 5세된 딸이 마인크래프트로 나무로 된 집을 짓는 것에 영감을 얻어 수업에 마인크래프트를 도입했다고 한다. 40분간의 수업 시간 내에서 학생들을 그룹으로 나누어 주어진 자원으로 서로 협동하며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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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인크래프트를 컴퓨터 수업에 도입한 뉴욕의 한 초등학교 (사진: http://www.cgps.org)

 

숙제의 결과물을 학생의 개인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을 확인하고 조엘 자신의 집에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열어 온라인상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이 목적이 아닌 어디까지나 교육이 목적이라 교육에 맞게 학생들의 캐릭터들이 게임에서 죽지 않도록 일부 수정이 필요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게임에 너무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고 영토 분쟁이나 욕설, 타인의 건물을 파괴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우고 욕설을 자제하는 것을 배우는 모습을 보며 한국 초등학생들에게도 온라인 예절 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한국에서는 별로 인기 없는 이 단순한 게임에 대해 미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나만의 세상’을 온라인상에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는 적을 무찌르거나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다른 인기 게임들과 달리 상당히 자유롭다. 밤에 나타나는 좀비들이나 이유 없이 남의 건물을 부시고 다니는 철없는 사용자들 외에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없다.

 

게임을 시작하면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공간에 서게 된다. 주인공은 주변은 동물들과 산과 나무, 바다 등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땅을 파고 나무를 베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얻은 나무토막으로 도구를 만들 수 있고 도구를 이용해 광물을 캔다. 이런 식으로 여러 종류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이것들을 조합하거나 일정 위치에 배열시킴으로써 원하는 다른 것을 만들 수 있다. 집을 짓고, 농사도 지을 수 있으며 방어와 공격수단으로 갑옷과 무기를 만들 수도 있고 트랙 같은 이동수단을 만들 수도 있다.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인터넷에는 이 게임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의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크고 아름다운 구조물이나 건축물을 만들기도 하고 레일을 이용해 롤러코스터를 만들기도 한다. 가지각색의 블록을 이용해 거대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블록들을 이리저리 쌓아서 구조물을 만드는 이 게임은 레고블록을 떠올리게 한다. 블록들을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선 규모나 블록 수에 제한이 없고 원하는 블록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며 물리법칙도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창작의 범위는 더 넓어진다. 멀티유저모드를 통해 친구들과 온라인 세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면 그 재미는 더욱 더 깊어진다. 사용자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실현 가능한 이 가상공간의 ‘노동’이 이 게임의 최대 흥미요소이다.

 

마인크래프트의 열풍으로 이에 관련된 캐릭터 상품들도 인기다.

 

네모머리의 인형이나 픽셀모양의 지그재그 각진 모양의 장난감 칼 같은 상품들 모두 마인크래프트로 인해 만들어진 상품들이다. 크리퍼 모양의 수건과 가방도 등장하고 마인크래프트 모양의 레고블록도 등장했다. 

▲ 마인크래프트로 인해 파생된 캐릭터 상품들 (http://minecraft.net/store)

 

마인크래프트의 판매량은 지금도 증가 추세에 있다. 그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멋지고 화려하고 찬란한 그래픽과 함께 다양한 난이도의 임무가 계속해서 주어지는 그동안의 게임에 익숙해진 한국 유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만의 세계에 살면서 상상하던 많은 것들을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재미에 빠진다면 스타크래프나 리니지 같은 게임처럼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다.

 

    

뉴욕(미국)=이상준 통신원 director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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