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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e잉크와 LCD 듀얼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요타폰

아주 어렸을 적에 양면 책받침이라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고작 플라스틱 책받침이라는게 당연히 양면으로 쓰는 것인데 누구 책받침이 양면이냐 아니냐를 두고 친구들과 설전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당시 어린 맘에는 그것이 꽤나 혁신적이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고 양면으로 그림이 인쇄돼 있는 상술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듯 동심을 흔든 양면이라는 단어가 주는 매력은 바로 효율성과 경제성이다. 옷을 뒤집어 입음으로 해서 두 가지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은 효율성이고 이면지를 사용해 종이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경제성이다.

그렇다면 양면 스마트폰은 어떨까. 한 쪽에는 컬러 LCD 디스플레이가 다른 한 쪽에는 e잉크 화면이 장착된 요타폰 이야기다. 요타폰은 러시아 스마트폰 업체 요타 디바이스가 세계 최초로 출시단 e잉크 듀얼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OS 4.2.2 젤리빈이 탑재됐다.

이 제품은 배터리 소모가 적은 e잉크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책을 읽거나 간단한 조작이 가능하고 게임이나 동영상을 감상할 때는 LCD 화면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숨었다. e잉크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화면으로 갱신되기 전까지는 전력 소모량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적어 주로 한 화면을 오래 보고 있어야 하는 전자책이나 웹사이트, RSS 피드 등에 적당하다. 대표적인 전자책 디바이스 ‘아마존 킨들’이 이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좋지만 요타폰의 성능은 다소 실망스럽다. 퀄컴 1.7GHz 듀얼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모토로라 모토G 수준의 보급형 사양이다. 2013년 초 요타폰이 발표될 때만 해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성능이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다소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운영체제 역시 안드로이드 4.2.2 젤리빈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클럭속도가 높아 최신 게임만 아니라면 그럭저럭 무난하게 작동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인상적이다. 기크벤치2 테스트 결과 1천999점을 획득했다.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보통 3천점대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LCD 화면으로는 평범한 보급형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다.

디자인도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검정색 투박한 스마트폰이다. 사실 양면이 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 어떤 디자인 시도를 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두께는 1cm 이며 화면 크기는 4.3인치다. 그외에 1천300만화소 카메라, 마이크로 USB 포트와 불륨 조절 버튼 3.5mm 스테레오 헤드폰 잭, 전원 버튼, 마이크로 SIM 슬롯이 전부다. 당연히 배터리는 내장형이며 1천800mAh다. 특히 카메라 성능은 고화소 이미지센서를 채택해 꽤 준수한 편이다.

요타폰의 기본적인 설명이 장황하게 이어졌지만 사실 이런 점은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e잉크 디스플레이가 얼마나 유용하며 이를 통해 배터리 소모가 얼마나 줄었는가다. 즉 앞서 말한 효율성과 경제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다.

그런점에서 요타폰의 e잉크 디스플레이 품질이 기대 이하라는 점은 꽤 실망스럽다. e잉크 디스플레이에서 안드로이드 홈 화면을 띄우면 앱 아래의 글자가 간신히 읽히는 수준이다. 이는 640×360에 불과한 낮은 해상도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화면이 전환돼도 이전 이미지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디스플레이 자체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냥 작은 화면을 가진 킨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품질이 떨어진다.

e잉크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위젯 기능은 배터리 소모를 줄여주면서 꽤 유용하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e잉크 디스플레이를 활요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요타폰 자체에 몇 개의 기본 앱이 설치돼 있지만 그 뿐이다. 막연하게 안드로이드 앱이 e잉크 디스플레이에서도 작동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 게다가 요타폰에서 지원하는 전자책 서비스 ‘북메이트’ 역시 콘텐츠가 매우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e잉크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띄워 놓거나 혹은 시간, 날씨 등과 같은 위젯 화면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일단 화면이 자주 전환되지 않아도 되고 전력소모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문자 메시지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e잉크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훨씬 적은 배터리 사용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 역시도 e잉크 디스플레이에서 공식 페이스북 앱이나 트위터 앱은 작동되지 않고 요타폰에 자체 탑재된 RSS 앱을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요타폰으로 촬영한 샘플 이미지

이러한 부분을 적극 활용한다면 배터리 사용시간은 좀 더 늘어날 수 있다. 제품 자체가 작은 만큼 배터리 용량도 적지만 적당히 사용한다면 이틀까지도 충전없이 사용 가능했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배터리를 소모하는 요인이 단순히 디스플레이 이외에도 GPS나 와이파이와 같은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사용시간은 천차만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요타폰은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훌륭한 발상에서 나온 제품이다. e잉크와 LCD 디스플레이 장점을 둘 다 제공해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활용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을만 하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e잉크 디스플레이 품질과 이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의 부재가 꽤 치명적이다. 게다가 가격 역시 무약정 675달러로 다소 비싼편이다.

효율성과 경제성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직은 구입하기 섣부르지만 그 다음 후속작은 좀 더 기대해 볼만 하다. 무엇보다 e잉크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LCD 화면 해상도와 동일하게 끌어올리고 애플리케이션 부족 문제를 해결이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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