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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여름 RV2 진공관 앰프가 한국에 도착하였습니다. 제조사에서 권장한대로 6개월간 에이징을 시킨후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기다림 끝에 본색을 드러낸 RV2는 전통적인 진공관 사운드에 해상력과 저역반응, 다이나믹스를 통합한 네오클래식 하이파이의 전형적인 면모를 과시하였습니다. 일단 길이 들기 시작하면 사용의 편리함과 내구성으로 진공관 마니아와 하이파이 유저를 만족시킬 신뢰할만한 이큅먼트입니다. 독일의 아날로그 스페셜리스트 Walter Fuchs가 설계한 MM/MC 포노단은 이 정통 튜브 앰프의 가치를 더욱 높여줍니다.

 

 

진공관 앰프에 매료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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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저녁 불을 끄고 진공관앰프에 전원을 넣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렌지색으로 타오르는 진공관은 음악을 듣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아련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합니다.





초현대식 하이엔드 튜브 앰프들을 빼고는 이런 종류는 필연적으로 트랜스와 진공관이 노출된 구식 디자인이라 고가구나 목재선반에 꽤나 잘 어울립니다. 레트로풍의 턴테이블에 알마춤한 스피커까지 갖추 놓으면 완벽한 레트로풍 거실이 완성될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는 구시대의 오극관이 내주는 달콤한 목소리와 결이 고운 현악의 소리가 음악 애호가들이 튜브 앰프를 찾는 이유일 것입니다.(300B 싱글엔디드 타입의 극도로 청아한 음색의 진공관 앰프도 있지만 10W 이하의 출력으로 현대적인 저음압 스피커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진공관만의 ‘음악성’이야말로 구시대의 유산을 찾는 이유인데, 여기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있습니다.


사용과 관리가 복잡하고 때로는 고장이 잦고 또 하이파이적인 면에서 대역이 좁다거나 저역이 풀어진다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에선 현대적 기종들은 실망스러운 사운드에 디지인 과잉의 제품들도 많습니다.





마그낫의 설계진은 정통 튜브 사운드의 미학에 확장된 대역과 네오클래식한 디자인을 기획하였습니다. 원래부터 아날로그 애호가들인 엔지니어들은 이 진공관 앰프 비닐레코드가 재생될 수 있도록 포노단을 포함시켰습니다. 그것도 MM/MC 카드리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니 턴테이블 애호가의 한사람으로 구미가 동하였습니다.


진공관으로 증폭된 턴테이블의 음이라니!



아날로그 친화적인 설계




마그낫 기술진은 이 진공관 앰프를 만들기 위해 자국인 독일 뿐 아니라 영국의 기술자들까지 불러들여 새로운 팀을 꾸렸다고 합니다. 특히 그들이 원형으로 삼은 모델은 1950~60년대의 고전적인 진공관 앰프입니다. 단순히 회고적인 취향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다년간의 검토를 통해 튜브 타입 제작 기술의 완숙함과 설계상의 안정성에서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고전적인 회로의 장점을 현대적인 부품과 결합하는 것, 그리고 전체적인 메카니즘의 완벽한 통합성을 통해 이 목표를 이루고자 하였습니다.

 



프리부와 출력부의 회로는 알루미늄 강판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입력단, 출력단, 프리앰프부는 별개의 기판으로 떨어 뜨려 놓았습니다.


진공관 앰프 매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것처럼 출력트랜스의 고품질화를 꾀해 23kg에 달하는 묵직한 중량의 대부분은 이 새로 개발한 트랜스포머에 할당되었습니다. 이 트랜스는 마그낫이 자사의 앰프에 사용하기 위해 자체 제작한 방향성 박막의 EI-코어 트랜스로 견고한 금속 하우징을 씌우기 전 복잡한 진공 함침 과정을 거쳐 진동과 전기·전파적 간섭을 최소화하였다고 합니다.


신호의 흐름 역시 “weak-on-strong(강력한 것 위에 약한 것)"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미세한 입력신호인 포노단은 신호 입력 직후 증폭됩니다.





포노단이야말로 이 앰프의 자랑거리입니다. 독일 아날로그 스페셜리스트 Walter Fuchs의 설계로 MM포노단과 더불어 MC단까지 구비되어 있습니다. 이 포노단은 저잡음 고정밀 부품을 사용 극도의 정확한 재생을 가능하게 합니다.


프리앰프 회로 역시 만전을 기하여 SRPP(Shunt Regulated Push Pull: 분권조정푸시풀) 원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회로는 높은 리니어리티와 최소화된 디스토션을 가능하게 합니다.





여기에 사용된 진공관은 러시아제 12AX7/ECC83 선별관입니다. 현대적인 진공관 앰프에서 선호되는 6922/6DJ8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전적인 회로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볼륨 컨트롤은 현대 진공관 앰프 제조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본 ALPS제를 사용하였습니다.


프리부에서 처리된 신호의 증폭을 위해 드라이버 단은 12AU7/ECC82관이 출력관은 6550으로 구성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6550관은 안정성이 높고 저역의 펀치력이 좋은 관으로 다이나믹하고 권위감 있는 소리로 현대 진공관 앰프에서 선호되는 출력관이기도 합니다. 특히 높은 댐핑력은 비교적 스피커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출력은 8옴에 50W 푸시풀 AB급 방식입니다. 50W 출력을 우습게 보았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보통 진공관 앰프는 스펙보다는 실효 출력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자비안의 메리테라니아와의 매칭에서도 확인하였듯이 웬만한 대형기들에선 술술 노랫가락을 뽑아내는 구동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여기에 두툼한 에폭시 수지를 덧댄 상판과 전면 패널에 자리잡은 크고 둥근 볼륨 노브, 모따기 방식으로 둥굴게 처리된 3조의 고광택의 트랜스 커버는 RV2의 인상을 결정짓습니다. 확실히 구식의 생김새입니다.


리모컨 역시 고급스러운 풀메탈제로 아주 심플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진공관 앰프의 볼륨을 리모컨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고전적인 진공관 앰프가 지니지 못한 편리성을 겸비하였습니다.



오랫동안 숙성시킬 것



이 앰프의 제작 책임자의 말에 따르면 RV2는 단순히 겉모양에 혹할만한 센세이셔널한 디자인보다는 견실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앰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힙니다.







본기의 청음에 앞서 마그낫 본사에서 알려준 RV2의 특성 하나를 우선 밝혀드리고 싶습니다. RV2의 설계자에 따르면 이 앰프는 전통적인 진공관 앰프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오랜 기간의 에이징 타임을 요구하며, 적어도 200시간 이상은 사용해야 고유의 토널리티와 실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왔습니다. 하루 2시간 가량 6개월을 번인시켜야 본색을 드러낸다고 하니 얄궃을 정도로 사용자에게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이는 단순히 한순간에 인기를 끌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 곁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제품을 목표로 한 것임을 드러냅니다.







이미 2013년 여름 한국에 도착한 RV2를 에이징하면서 이런 저런 스피커와 연결해보니 상성이 잘 맞아 떨어졌을 때의 달콤함과 호쾌함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대형 플로어스탠딩 타입의 자비안 메디테라니아와 가우더 어쿠스틱 아코나 100에선 트랜지스터앰프에선 느낄 수 없었던 각별한 감흥을 주었습니다.


특히 AMT 리본 트위터를 장착한 고해상도의 아코나 100 스피커에서 보여준 충분한 대역감과 발랄한 풋워크로 우아한 음향을 재생하는 데에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청음, 네오클래식 사운드



금번 리뷰를 위해선 제작사에서 권장한 에이징타임을 거쳐 달달하게 숙성시킨 RV2에 비교적 낮은 가격대 북쉘프 타입의 Quantum 753 스피커를 연결 청음하였습니다. 시디플레이어는 마그낫의 MCD850을 사용하였습니다.


재생음반은 Diana Krall, The Look of Lover/아쉬케나지, Beethoven, Piano Sonatas/과르네리 콰르텟, Beethoven, String Quartets/정트리오, Beethoven, Triple Concerto, 정명훈, Philarmonia Orchestra/Carreras Domingo Pavarotti in Concert, Metha입니다.





전체적으로 6550관 특유의 중저역이 든실한 튜브 사운드가 나옵니다. 6550출력관답게 고역이 날카롭지 않으며, 따뜻하고 진득한 진공관 사운드로 재생된 다이아나 크롤의 목소리는 나이보다도 완숙한 가창을 선보였습니다.




진공관 앰프답게 역시 따뜻하게 데워질수록 본기의 제 실력이 드러나고 있었는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No.23번 F. minor Op. 57 "Appassionatl" 3악장 Allegro ma non troppo에선 스타인웨이 피아노 특유의 강렬한 강선의 울림에 말랑말랑한 목질감으로 음악에 포근한 맛을 더해 줍니다. 고음 건반은 마치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청량하며 중간 음역에선 펠트의 질감이 도드라지며 비교적 사실적인 음색입니다. 스타인웨이 특유의 캐릭터를 충분히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 베토벤 3중협주곡을 들어봅니다. 바이올린의 중앙에, 첼로와 피아노는 우측에 위치합니다. 총주시에 스피커의 장악력 면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어서 청음한 쓰리테너 콘서트에선 해상력이 극상의 수준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밀도감이 높게 성악 특유의 끈끈한 발성을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가수의 위치는 비교적 정확히 포착됩니다. 건조한 쇠맛을 배제하여 TR앰프로 호세 카레라스의 목소리를 들을 때와 같은 경질적인 건조함이 없어서 목소리가 들뜨거나 갈라질 것 같은 불안한 기색이 없습니다.



과르네리 현악4중주단의 베토벤 현악4중주 제13번 B flat 장조, 작품 130. 1악장 Adagio ma non tropop-Allegro. 저음현의 구성진 표현도 괜찮고 특히나 바이올린의 달콤한 음색은 진공관 앰프의 존재이유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고역이 부드러운 753 북쉘프 스피커와 대단히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습니다.



진공관 마니아와 하이파이 유저를 사로잡는 중용의 퍼포먼스




필자는 1950년대 다이나코에서 현대적인 오디오리서치 진공관 파워앰프까지, 소규모 공방의 마란츠 복각 프리와 퀵실버의 레퍼런스급 풀펑션 프리앰프, 그리고 진공관 인티앰프와 하이브리드 앰프까지 이런저런 진공관 앰프들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진공관 앰프 마니아였기에, 튜브 타입 기기들의 장단점을 조금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공관을 고집했던 이유는 동글동글하면서 따뜻한 음색이 음악을 오래 듣기에 훨씬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보면 진공관 앰프들은 다소 저역이 풀어진다거나 해상력이나 암소음의 클리어리티가 떨어진다거나 혹은 다이나믹한 낙차 표현에선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잦은 트러블로 때때로 수리해야하며 주기적으로 바이어스를 조정해야 하는 불편함까지 감수했습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클래식한 디자인의 마그낫 RV2는 구형 진공관 앰프의 미덕을 승계하면서도 해상력과 저역반응, 다이나믹스를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통합시켰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따져보면 정보량이나 해상력, 저음의 스피드 면에선 똑 떨어지는 첨단의 사운드는 아니지만 필자가 과거에 사용해 보았던 어떤 진공관 모델보다도 하이파이적 성능에서 앞섰습니다.

특히 RV2의 중용적인 미덕은 스피커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그에 걸맞는 호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서 분명히 확인됩니다.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와 기존 빈티지 튜브 앰프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진지한 숙고를 거쳐 설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플러그 앤 플레이의 간단한 사용법으로 고전적인 튜브 사운드를 맛 볼 수 있다는 것이 본기의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보다 현대적이고 엣지있는 표현력을 선호하는 유저를 위해선 하이브리드 타입의 RV3까지 출시되어 있으니 마그낫 애호가라면 이래저래 즐거운 고민거리가 하나 늘었습니다.



장점: 하이피델리티와 진공관을 결합한 네오 클래식 사운드

단점: 인내를 요구하는 에이징 타임, 세심한 접근을 요구하는 매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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